지난 봄, 군 입대 일주일을 남겨두고 전국 여행을 다녀왔다. 오늘이 10월 31일이니, 여행을 다녀온 지 일곱 달 만에 기행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도, 기억을 글로 남기고 또, 이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에 다녀왔던 일본 IT 연수 때처럼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 당시에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입대하기 전에 여행을 한번 떠나고 싶었다. 처음에는 외국여행을 다녀올까도 생각했지만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한 끝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부산과 남쪽 해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인원은 비슷한 날짜에 입대하는 친구 한 명과 부산에서 가이드를 해 줄 Hikki 형님, 그리고 나 해서 세 명. 마침 여행 기간에 진해에서는 우리나라 최대의 벚꽃 축제인 군항제가 열린다고 하여 여행 계획에 포함하였다. 처음 계획 땐 동해안부터 서남해안까지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군 입대 전에 가는 여행이니만큼 조금 힘들더라도 예산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일정을 짜보니 3월 25일 저녁에 출발해서 29일 아침에 도착하게 되는, 2박 5일이라는 조금은 엽기적인 일정이 나왔다. 2일은 숙박을 하지만 나머지 이틀은 열차나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일정은 빡빡했다. 열차와 버스 일정을 미리 설정해 놓고, 부산에선 히키형이 가이드를 해 주고 나머지는 가보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들르는 일정이었다. 이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출발하는 날 저녁. 필요한 물품을 잘 챙기고 저녁 9시쯤 집을 나서 청량리 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교통량이 적어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
26일
6시 15분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열차가 꽤 높은 경사를 올라간다 싶더니, 이내 멈추고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로 스위치 백 구간이었던 것이다. 열차가 급경사를 올라갈 수 없어서 만들어진 방식이라고 한다(자세한 설명은 이곳 http://reidin.pe.kr/weblog/84 에서).
부산역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동전으로 작동하는 컴퓨터에서 정보 검색을 한 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자갈치 시장이었다. 각 지역에서 잡아온 해산물이 한데 모이는 곳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눈요기만 하고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였다.
용두산 공원에서는 부산 전경을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우리의 가이드가 될 히키형을 만나러 다시 부산역으로 이동하였다. 부산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차이나 타운을 지나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히키형님 동네로 이동하여 히키형님을 만난 후 짐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시내로 나가 갯장어 구이를 먹었다. 처음엔 살아있는 장어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비위가 조금 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맛있었다.
든든히 밥을 먹고 동백섬으로 향했다. 태종대와 아쿠아리움도 가고 싶었지만, 일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시간은 없었다. 해변이라 그런지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많았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새 밤이 깊어 왔다. 부산에 온 이상 모래사장에서 한번 걸어보고 싶어 가까운 해운대로 이동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인적이 많지 않았다. 해수욕장에서 뭔가 색다른 것을 기대했지만 비수기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었다.
분식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히키 형에게 인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부전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히키형님께 전화로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어느새 창원역이었다. 부산에서 창원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었다. 지도 상으로는 얼마 안되어 보이는데 무려 한 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창원에서 진해로 가는 통근열차는
마침내 진해역에 도착하였다. 역 앞에서는 해병대 전우회에서 나와 군항제 안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도 가이드역할을 해준다면서 흥정을 하고 있었다.
우선 셔틀버스를 타고 해군진해기지를 둘러보았다.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보안구역을 운 좋게 한번 들어가 봤다는 정도였다. 한 바퀴를 돌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군사관학교로 가는 셔틀버스로 갈아탔다.
학교 안 광장 앞에서 버스를 세워 주었다. 해안에는 거북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었다. 기념품으로 모자 한 개를 샀다.
오후 2시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갈 곳은 많고 시간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제황산 공원이었다. 벚꽃이 잘 피어있어 경치가 참 좋았다.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바로 해양공원으로 향하였다. 예상 외로 입장료가 조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는 강원함이라는 퇴역 구축함을 전시해놓고 구경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전시용으로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다른 곳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해는 저물어 가고,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일정이 있었다.
서둘러 거제도로 가는 카페리를 타러 갔다.
진해 속천에서 거제 실전까지는 배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지도를 보면서 거제시내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거제도에 사는 친절한 아저씨가 1시간마다 한 번씩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다면서, 막차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큰 해수 온천이 있어 짐을 풀자마자 목욕을 했다. 피곤한 여행길에서 목욕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탕에 들어가자마자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간 곳은 포로수용소 공원이었다. 6·25 전쟁 당시 십만 명이 넘는 포로가 거제도에 수용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포로임에도 UN군이 수용소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홈페이지(http://pow.geoje.go.kr/)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2000년에 대우조선에서 분리, 독립하여 지금은 수주잔량기준 조선소 순위에서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방문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조선소의 방대한 크기,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배의 엄청난 규모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보안상 사진촬영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조선소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가봐도 절대 손해 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매시간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조선소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일정에도 없던 외도를 가 보기로 했다. 예정대로였으면 통영 - 광주를 거쳐 목포에 이르렀어야 했지만, 그렇게 무리하게 가서 몇 시간 구경도 못하고 서울로 올라가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더 많이 구경하고 올라가자는 친구의 의견에 설득된 것이었다.
해금강이 멋있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니 자연의 신비함에 놀랄 뿐이었다. 특히 십자 바위는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런 것이 어떻게 저절로 생길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만드신 자연의 섬세함에 놀라고,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느덧 외도에 도착하였다. 외도에서는 입장료를 따로 받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입장료 때문에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애초에 입장료가 있었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투였다. 섬에는 딱 90분 동안만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입장료가 비싸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꾸며진 섬 풍경을 둘러보고 나면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국적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니! 90분의 시간이 조금은 짧게 느껴졌다. 30분 정도 더 있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조금은 급하게 구경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목포를 가지 못하고 거제에서 바로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금강과 외도를 들러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짧은 일정 동안 여러 곳을 돌아봐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고, 처음으로 해보는 배낭여행인지라 약간의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남도 여행, 기회가 된다면 훨씬 넉넉한 일정으로 다시 한번 떠나고 싶다.






















































































와니 2007/02/17 09:33 수정/삭제 답변
멋진 여행기군요.
저도 지난 크리스마스에 딱 하루 도쿄에 머물렀는데
하루동안이지만 느낀게 많았더랍니다 ^^
Lokken 2007/02/17 16:10 수정/삭제
저는 일본에 다녀오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을 정말로 싫어했던 사람이었어요. "일본 = 고이즈미, 쪽바리, 원숭이, 오타쿠 등등등"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정말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일본에 우익이 있고 우리나라에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들 때문에 모든 일본 사람들을 다 나쁘게 보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햇습니다. 몇 년 전에 아버지께서도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그 당시에는 아버지 말씀에 동의할 수 없었는데, 여행을 가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보니, 늦게라도 이렇게 깨닫게 되어 다행이에요.
기회가 되면 일본에 배낭여행을 한번 다녀올 생각이에요.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조금 더 공부하고 나서요... 정말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인데,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dazzyjong 2007/02/18 13:12 수정/삭제 답변
여행가자여행가자여행가자!
Hikki 2007/02/19 12:02 수정/삭제 답변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
Lokken 2007/02/19 12:08 수정/삭제
밝을 명, . . . .. . ... 이군요...
히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